삼성 패러독스(Samsung Paradox)

컨설팅이야기 2010. 5. 16. 18:14 Posted by 5throck
Paradox Road
Paradox Road by slimdandy 저작자 표시비영리

애플이 PC나 노트북 사업에서 벗어나 MP3 플레이어나 핸드폰 사업에 진출하면서 사용한 전략이 과연 무엇일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다 아시다시피 애플은 이러한 전략의 한 축으로써 플랫폼 전략을 취했고, 이를 통해 통합된 UI 제공, 부품의 단순화와 더불어 iTune를 통한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그런데, 과거 이러한 방식을 취했던 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단순히 플랫폼 전략 이외에 애플이 선택한 다른 전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애플의 구매 전략으로부터 몇 가지 시사점을 얻게 되었는데, 그것은 애플이 의외로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MP3 플레이어를 출시할 때 삼성전자의 메모리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라든가 또는 아이폰 출시 때 LG Display로부터 패널을 사간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메모리와 패널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공급하는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연히 그렇게 될 수도 있었겠지만, 공교롭게도 이 두 그룹 모두 MP3 플레이어와 핸드폰 사업을 하는 그룹이라는 점이 저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 회사 중 "왜 하필 삼성과 LG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을까?"라는 것이 저의 의문점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애플이 이를 의도적으로 전개를 한 것이라면 매우 치밀한 전략 하에서 운영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애플은 의도적으로 삼성과 LG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삼성과 LG 내부에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입니다. 문제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할 때 전사적인 부분을 고려한다고는 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전사 조직이 실질적으로는 직접 사업 운영을 하기보다는 각 사업단위에 대해 조율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전사 전략은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매출이나 이익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각 사업단위 전략은 보다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계획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업 단위로 전략을 전개하다 보면 타 사업부와의 횡적 충돌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기업이 지향하고자 하는 Cross Selling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특히 기업 내부간의 거래가 얼핏 보면 더 쉬어야 하나, 내부 조직간의 알력이나 이해관계에 의해 더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업 단위 조직간의 조율은 항상 어려운 이슈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이슈가 발생할 경우 전사 차원에서 이를 조율해야 하나 이로 인해 해당 사업이 잘 안되거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도 동시에 존재하기에 전사 조직에서 이를 조정하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좀 더 확대해서 그룹 차원으로 확장하면, 같은 그룹 내의 기업간의 역할 조율은 기업 내부간의 조율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지주회사나 Corporate Center가 이를 조정해야 하나 각 기업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경우 그룹 내부의 이해관계자 조율이라는 정말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방치하거나 방관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기업이 추구하는 본질인 이윤추구로 인해 기업 내부 이해관계자들간의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이로 인해 이윤추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패러독스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의 생각은 애플이 이러한 패러독스 상황을 삼성이나 LG를 상대로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삼성과 LG 그룹 내부에 패러독스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지금의 상황으로 본다면 이 전략이 잘 먹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부품 부분에서 애플을 지원하면 할수록 세트 부문의 경쟁력이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그룹 브랜드 부문을 견인했던 정보통신 부분이 약해지면서 그룹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고, 이와 반대로 부품 부분에서 애플을 배제할 경우 부품 부문의 성과가 어려워지고 설비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투자비용을 회수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추신: 이러한 상황을 좀 쉽게 부른다는 차원에서 "삼성 패러독스(Samsung Paradox)"라고 명칭했는데, 삼성이나 LG나 같은 상황임으로 이 두 그룹 내부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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