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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는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MBA이야기 2007. 6. 8. 16:33 Posted by 5throck
요사이 제 블로그를 찾아오는 키워드를 분석하다 보면, 부쩍 MBA에 관련된 키워드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제 블로그가 MBA에 대한 내용을 좀 담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 MBA 지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전무한대도 불구하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을 오면 많은 분들이 MBA에 관심 있게 생각하신다는 증거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해외의 경우에는 이미 MBA 지원이 끝난 상태로 알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국내MBA를 지원하시려는 분들이 제 블로그를 참조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

주변에 후배들이 가끔씩 MBA 지원과 관련된 질문을 하는데, 그 형식은 다 다르지만 그 질문이 내포하고 있는 바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예상하신 대로 경력전환(Career Change)를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제가 살아왔던 곳이 IT분야이니 IT에 종사하는 후배들이 가장 질문을 많이 하는 경향도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학교에서 주최하는 OPEN SCHOOL과 같은 행사에 참석해 보셔도 IT에 종사하는 분들이 MBA를 통해서 경력을 전환할 생각을 많이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2년 혹은 1년짜리 MBA 프로그램을 나왔다고 해도 경력전환이 쉽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또한, 작년과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에 많은 MBA School이 생겼기 때문에 이 분들이 졸업을 하기 시작하는 올해 혹은 내년부터는 국내MBA 졸업생들이 엄청난 숫자로 증가하기 때문에 원하는 곳을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회사에서는 MBA를 가기 전의 경력을 살펴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해당분야 경력이 없으면 자신이 원하는 분야로 가기가 힘듭니다. 이런 관계로 MBA에 처음 입학을 하고 나서부터 많은 학생들이 각종 Case Competition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서 응모를 합니다. (이 부분은 해외나 국내나 비슷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 문제는 제대로 된 MBA School이라면 이걸 하기가 무지 어렵다는 것입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한 한기당 5과목 혹은 6과목(15학점내지는 18학점 정도)를 듣게 되는데 과목당 나오는 케이스와 과제는 물론이고, 퀴즈와 중간/기말고사 등을 준비하다 보면 거의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비즈니스 케이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케이스를 읽고 중간에 1-2시간 정도의 토론을 한 후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야 하는데, 대략 각 과정이 1-2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비즈니스 케이스 당 평균 최소 4-6시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매주 과목별로 과제가 나오는 경우 케이스 당 평균 소요시간을 5시간으로 하고 5 과목을 한 한 학기에 수강한다고 하면,

5과목 * 1 개(비즈니스 케이스) * 5시간 (케이스 준비시간) = 25시간

정도가 소요가 되는데, 수업시간을 15시간으로 가정하고 주당 시간을 계산하면 주당 40시간 정도의 강도가 됩니다. 얼핏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근무하는 시간과 비슷할 것 같은데 좀 차이가 있습니다.

위와 같이 진행이 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일단 엄청난 집중력과 자기시간관리, 그리고 뛰어난 영어독해 및 작문 능력 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경제와 경영학에 대한 기초지식은 필수입니다. 만약 MBA에 지원하신 분이 그런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위의 시간은 1.5배 혹은 2배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IT에 종사하는 분들은 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가정을 하면, 대략 주당 60 ~ 80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 경우 대략 하루에 5 ~ 6시간 정도 밖에 잘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는 뜻입니다. (거의 고3 수준의 삶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게다가 MBA에 지원한 사람들을 단지 공부만을 하러 온 것이 아닌 관계로 인맥을 만들기 위해 각종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이것도 주당 4-6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게 되고, 거기에다가 외국어 공부(영어뿐만 아니라 요즘은 중국어를 공부하는 분들도 엄청 많아졌습니다.... ㅠㅠ)까지 한다고 하면 제대로 MBA 생활을 하면 엄청난 시간상의 압박이 옵니다.

자 이런 상황에 Case Competition을 준비한다고 하면 주말은 물론 자기시간을 거의 모두 반납한 상황에서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잠을 자고 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거기에다 가정이 있으신 분은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MBA를 나온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분야가 마케팅이나 전략이 아니라 시간관리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MBA들이 시간관리능력은 정말 뛰어납니다. (실제로 MBA School에서 살다 보면 같은 시간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보여주는 아주 뛰어난 사례를 바로 옆에서 보게 됩니다. 참고적으로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이런 분들을 부러워하면서 침만 흘리면서 살았습니다... ㅠㅠ)

진짜 문제는 이렇게 열심히 해서 Case Competition에 입상을 해도 해당기업에 취업이 보장이 된 것이 아닌 경우가 많고, Case Competition을 진행한 회사의 근무조건이나 연봉이 맞지 않는 경우 그냥 자신의 이력서에 한 줄을 올리는 것 말고는 별 다른 이점이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투자한 시간 대비 효과가 그다지 높지 못한 방법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ㅠㅠ)

자 이런 상황에서 여름방학이 되면 엄청 낮은 월급에 인턴을 하러 나가게 되고, - 그나마도 자신이 원하시는 곳에 인턴을 하러 가신 분들은 다행입니다 - 반대로 인턴자리를 얻지 못하면 여름방학을 무지 불안하게 보내게 되서 마지막 학기 내내 취업원서를 들고 이 회사 저 회사를 기웃거리게 됩니다. 그러다가는 결국에는 경력전환이 어려워서 다시 자신이 다니던 업종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을 간단하게 다시 정리하자면, 신문이나 다른 미디어에서 떠든 MBA의 성공요소만을 보고 MBA를 지원하시면 실패할 가능성이 무지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좀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드린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의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굴하지 않고 경력전환을 해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실 생각을 가지고 게신 분은 MBA에 한 번 도전을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면서 불행한 삶을 사는 것보다는 힘들더라도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요즘 하도 MBA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이 많아서 장점에 대해서는 굳이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다 아실 것 같습니다. 아무튼 좀 사족이 길었습니다만, MBA말고도 경력을 전환하실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 MBA를 지원하실 때는 반드시 심사숙고 해서 결정을 하시라는 말씀을 다시금 드리고 싶습니다.

추신: 마지막으로 MBA를 졸업하셨거나 이미 다니시고 있는 분들이라면 “Managers Not MBAs”라는 책을 읽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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