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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31 당신이 기억하는 것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4
사람들은 흔히들 무엇인가를 잊어버렸을 때 자신의 기억력을 탓하는 편인데, 제가 생각하기에 사람이 가진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망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런 점에 대해서 별로 고마워않고, 되려 본인의 기억력을 높이는데 더 많이 집중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별로 도움은 안되겠지만 혹시나 무엇인가를 잘 기억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예전에 배웠던 기억법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해보고자 합니다. 대신 제가 설명을 드리는 것이 이론적으로 틀린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10개의 사물과 관련된 단어들을 적을 테니 이 단어들을 30초간 보시고, 화면을 보지 않고 기억을 해 보십시오.

시금치, 달걀, 배추, 무, 당근, 파, 고추, 마늘, 오이, 콩나물

만약 기억을 다 하셨다면 이 단어들을 순서대로 한 번 이야기 해보십시오. 혹시나 순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셨다고 해도 좌절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분들은 기억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들 단어를 외우신 분들의 경우에도 단어의 수를 20개, 30개 등등으로 그 수를 증가시키면 외우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이러한 단어들을 어떻게 순서대로 외울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어떤 기억들은 머리 속에서 쉽게 지워지는 반면, 어떤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자살바위에서 누가 떨어지는 장면을 직접 보았다든가 혹은 영화 “주만지”와 같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 겪으셨다고 하면 그런 기억을 떨쳐버리시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런 일을 겪고 나서는 그 사건의 중심이 되는 비슷한 사물을 보았을 때 그와 연관되는 기억을 금방 떠올리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바로 "연상작용"이라고 합니다. 기억법은 바로 이러한 연상기억을 이용해서 사물들을 기억하게 됩니다.

인간의 기억 : 단기기억
인간의 기억 : 장기기억

즉, 다시 말해 하나의 사물과 다른 사물간에 연관되는 고리에 대한 생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기억을 한다는 뜻입니다. 잘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을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보통 비가 오는 날 우산을 가지고 나왔다가 비가 그치는 경우 우산을 잘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장소에 들어가셨을 때마다 다음의 연상을 2-3초간 하시면 우산을 쉽게 잃어버리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방법은 어떤 장소에 들어가셨을 때 그 장소의 출입문과 본인이 가지고 간 우산을 연관 짓는 것인데, 그냥 연관을 만들어 놓으면 기억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본인이 문을 나서는 순간 우산의 손잡이에 자신의 목이 걸려서 켁켁거리는 생각을 연상하십시오. 그리고 나서 그냥 평상 시처럼 편하게 지내시면 됩니다. 나중에 업무나 이야기를 다 마치고 방을 떠나려고 나서서 문을 보시는 순간 아마도 가지고 간 우산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이게 바로 연상기억의 효과이고, 기억법의 모든 기초가 되는 생각입니다. 좋은 코치 밑에서 훈련을 하신다면 각 사물간의 연관관계를 짓는 것이 점점 더 짧아지는데, 제 경험적으로 볼 때 보통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시면 100개 이상의 사물이나 단어를 3분 정도면 충분히 외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느 정도 숙달이 되시면 버스 한 거장 정도의 간판들의 이름은 차를 타고 지나면서 쉽게 외우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 - 현란하게 풀어놓는 꿈과 기억의 이미지

다만, 이렇게 외우신 것들을 어떻게 지울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대부분의 경우 망각 속에서 쉽게 사라지는데,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부작용에 대해서는 본인이 잘 판단해서 시도를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성과가 있으시길 바라면, 유엔시아님의 "천재와 백치의 동거: 서번트신드롬(1)" 글 중에서 타멧이라는 분이 하신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머리 속에서 숫자들은 색이나 모양, 그리고 질감(texture)으로 나타납니다. 어떤 긴 숫자열을 보면, 그 숫자열들은 마음 속에서 어떤 경관으로 나타납니다. 1만 자리까지의 모든 숫자들은 모두 자기만의 색과 모습과 질감을 가졌습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숫자들은 심상화했습니다. 숫자의 모습들은 정적이지 않습니다. 숫자들은 질감과 색깔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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