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과 월요일에 걸쳐서 숭례문이 불에 타서 2층 전각이 사라져 버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실제로 오늘 숭례문을 지나가면서 보자니 참 마음이 착잡한 것 같습니다.

600여 년이 넘게 그 자리에서 많은 환란을 거치면서도 굳세게 견디어 온 우리의 문화유산이 이렇듯 허무하게 불타버린 것에 대해서 마음 한 편으로는 아쉬움과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기관들에 대한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언론의 보도형태를 바라보면 언제까지 저렇게 구태의연한 자세를 유지할 지에 대한 답답함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사후 약방문 식으로 혹은 마녀사냥 식으로 이 잡듯이 - 심층분석이라는 미명아래 - 많은 잘못들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지만, 실상 모든 사고는 실제 사고가 난 후에나 그 모든 전모가 밝혀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군다나 이번과 같은 대형사고일수록 단 하나의 실수로 문제가 생기기보다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안들이 한데 얽혀서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인 만큼 언론의 지금과 같은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최근의 태안 기름유출사건에서 보듯이 문제가 터진 후의 사건은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모든 것이 당연하게 보여지지만, 그 이전에 유조선에 대한 문제를 언급한 보도나 방송이 없었던 것처럼 이번 사건도 아무도 이런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고발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언론도 자성의 소리를 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말 언론이 이 사건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 접근을 하려 했다면, 이번 사건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각 공무원들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얽혀있는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인지에 대해서 보다 심도 있게 다루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사건 초기에는 사실을 전달하는 수준만으로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가도 핵심을 뚫는 이성적인 이야기보다는 안타깝다는 감성적인 이야기만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이를 다시 되풀이하는 태도는 정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무대책을 비난하거나 대응방안을 그대로 전하는 수준은 정말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전에 한번도 문화재에 관심이 없었던 시민들조차 – 저를 포함하여 – 남대문이 그렇게 된 후에 정부를 비난하는 발언이 높은 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우격다짐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일이 있기 전에 우리가 평상시에 그렇게 문화재를 사랑하고 아꼈던 사람들이었을까요? 글쎄요… 최소한 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성냥팔이 소녀를 죽인 것이 모든 이의 무관심이었던 것처럼 우리의 국보인 숭례문을 태운 것은 한 개인의 방화라기보다는 결국 우리의 무관심이지 않았나 하는 우울한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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