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별들의 전쟁과 KAIST MBA

MBA이야기 2007. 4. 4. 21:24 Posted by 5throck
제 은사 중 한 분이신 서울대 박남규 교수님이 쓰신 글을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교수님에게 배운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교수님의 강의 하나 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교수님이 하시는 강의를 접하시기 흔치는 않겠지만, 기회가 되시면 교수님의 강의를 한번 들으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0년의 가을 하늘 위에서는 여느 때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별들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세계 최고 임금과 방대한 국내시장으로 무장한 아메리칸드림호는 금융과 하이테크 하늘을 장악한 반면 1990년부터 약 20년 동안 구조조정을 성실히 끝낸 울트라니폰호는 많은 사람들의 예측대로 자동차와 전자하늘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최악의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no labor union strike라는 재래식 무기와 저임금이라는 반찬을 좋아하는 수많은 인재들을 탑승한 만리장성호는 이미 제조업하늘을 거의 독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IT와 벤처라는 2000년대 초의 최신무기로 무장했던 붉은 악마호는 2010년을 고비로 별들의 전쟁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붉은 악마호는 심각한 엔진손상을 입었다는데 일부에서는 노동자파업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정제되지 않은 주5일 근무연료에 지나치게 의존하였다는 이도 있고, 다른 혹자는 30-40대의 이민열풍 바이러스때문이라는 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한국의 가을하늘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투명하게 푸르고 거리에는 그토록 악명 높았던 교통혼잡이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시속 60km를 쉽게 주파하고 있었다. 한국이 이렇게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뀐 대는 몇 가지 주요한 요인들이 있었다. 먼저 한국정치와 교육여건 그리고 노후보장 없는 직장생활로 인하여 수많은 노동 인력들이 해외로 이주하면서 주거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동시에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이주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 각광을 받던 IT산업 조차도 의사와 변호사만을 지망하는 젊은 인재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고급인재를 확보하는데 실패하면서 그 존재기반을 상실해 버렸던 것이었다. 이런 산업의 공동화현상이 한 가지 사회적으로 기여를 한 것은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을 해결하였다는 것이었다.

이상의 상황들은 약 10년 만에 돌아와서 본 고국의 모습을 필자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상 현실이다. 하지만 달라진 사회의 모습들은 필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불과 비행기로 한 두시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중국에서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노동쟁의 한번 없이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반면, 일부 노동자들은 경영권 혹은 경영참여와 같은 요구를 하면서 장기적인 노동쟁의를 벌이기도 한다. 산업경쟁력의 핵심 인력이 되어야 할 30-40대 직장인들의 과반수가 한국이 아닌 외국으로의 이민을 고려하거나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반면 신당창당과 일부 정치인들의 용퇴론 등 정쟁만을 일삼는 여야 국회의원들도 현재 한국 참여정부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어느 누구도 10년 후 혹은 20년 후의 한국 모습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찾아 볼 수가 없다. 어느 재벌 총수가 다음 10년을 위해서 무슨 사업에 투자해야 할 지에 대해서 밤잠을 설치며 고심한다는 이야기가 그래도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단면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정부가 IT와 나노테크와 같은 일부 산업들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규정하고 육성하려고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나 변호사가 사회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직업으로 등장하면서 국가의 우수한 핵심 인재들이 이런 과학기술 분야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 역시 가장 심각한 현실중의 하나이다. 수많은 젊은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의 학문연구에 매달렸던 도서관의 옛날 모습과는 달리 현재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절대 다수가 사법고시를 준비하거나 혹은 의사가 되려는 이들이다. 가까운 나라 중국에서는 매년 60만 명에 가까운 공학도들 배출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 입학생 전체 숫자보다 두배 이상 많은 인력들이다.

이런 근심들 속에서도 유일하게 한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주는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부임해서 처음 몇 주 동안 많은 일들로 인하여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가장 먼저 입학생들의 대다수가 엔지니어링 분야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중진 교수가 이야기 한 것처럼 현대와 같은 국제경쟁 시대에는 경영능력도 첨단 기술이라는 사실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테크노경영대학원은 단지 경영만이 아닌 혹은 기술만이 아닌 기술과 경영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흔히 벤쳐기업의 평균 성공률이 5% 전후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실패요인중의 하나가 창업자들의 풍부한 경영지식 부족이라는 사실이다. 테크노경영대학원을 졸업한 MBA들이 이런 벤쳐기업의 성공률을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이들이 성공률을 단 몇 %만 올려도 한국경제 전체로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두 번째로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들의 놀라운 향학열이다. 부임초 필자는 시차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새벽 3-4시에 퇴근하는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퇴근길에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모든 연구실에는 불이 밝혀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불을 끄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 학생들이거니 하고 연구실의 불이라도 끌 생각으로 문을 열었지만, 필자의 생각은 여지없이 부셔지고 말았다. 연구실마다 20대 초 중반의 학생들이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필자가 열어본 다음 연구실도 그 다음 연구실도 상황은 전혀 다른 것이 없었다. 이런 모습들은 세계의 어느 경영대학원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세계 Top 10 MBA로 가기 위한 초석들이 놓여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던 셈이었다. 마지막으로는 KAIST MBA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교육 및 연구환경을 바탕으로 Global Management Skill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해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Global Standard에 맞추어 개발되는 교과목들과 연구중심 대학으로 정비된 제도들이 젊은 인재들에게 꿈과 비젼을 제시해 주는 곳이 바로 이곳 KAIST MBA인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단련된 KAIST MBA들이 글로벌 경쟁시대의 선봉에 서서 세계로 도약하는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0년 별들의 전쟁속에서 KAIST MBA엔진을 장착한 붉은 악마호가 급부상하는 모습들을 푸르러 가는 가을하늘 위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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