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많은 광고들이 등장하는 시대에는 개성있는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 참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브랜드가 중요한 제품들은 타 제품들에 비해 더욱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 아시다시피 화장품 시장은 브랜드가 중요한 시장이며, 국내시장의 경우 경쟁도 참 치열한 것 같습니다. 몇 해전 시장에 해성처럼 나타났다가 최근에 LG생활건강에 인수된 "더페이스샵"을 보더라도 화장품 시장에서 기업이 영속성을 가진다는 것이 어려워 보입니다. 아마도 끊임없는 변신이 요구되는 화장품 시장에서 제 때 변화하지 못했던 것이 인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해본다면, 친환경성과 오래된 역사성을 강조한 스킨푸드의 포지셔닝은 참으로 독특해 보입니다.

화장품을 잘 쓰지 않는 남자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쯤 스킨푸드 화장품을 구매해보셨거나 광고전단을 자세히 살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든 스킨푸드의 화장품 용기에 "since 1957"이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 문구를 보시면서 한편으로는 고개를 기우뚱하신 분들도 많았을 텐데 그 이유는 그렇게 오래된 기업치고는 새로운 브랜드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킨푸드라는 기업이 정말 1957년부터 존재했을까요? 만약 스킨푸드가 그 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면 전신이 존재했을 텐데 그렇다면 그 기업은 무엇일까요?

그 궁금증의 답은 바로 피어리스라는 기업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좀 연배가 되시는 분들께서는 아라는 탄성을 외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제 어린 시절 화장품 판매를 했던 기업들은 동네 어머니들을 상대로 마사지도 해주고 화장품을 선전하면서 제품을 판매했는데, 피어리스가 그러한 방문판매를 잘 했던 기업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던 피어리스도 아시아 경제위기 시기에 경상적자가 발생하게 되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2000년도에 청산절차를 거쳐 파산처리가 됩니다. 그러다가 2002년도에 아이피어리스라는 회사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기업은 판매보다는 화장품 OEM/ODM을 주력으로 하는 말하자면 브랜드보다는 생산을 주로 하는 기업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2004년에 스킨푸드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지면서 아이피어리스에서 스킨푸드를 생산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다시 설명을 드리자면 스킨푸드는 5년 정도가 된 회사이며, 1957년이라는 문구는 스킨푸드를 생산하고 있는 아이피어리스사의 전신인 피어리스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브랜드 론칭 이후 친환경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약해서 “since 1957”이라는 문구를 넣긴 했겠지만, 굳이 해당 문구를 부각시켜 오래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져올 필요가 있었을지는 의문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것은 화장품 원료에 대한 것쯤으로 생각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기업이 소비자와의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뭔가 허전한 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이런 느낌이 저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분들도 이런 사실을 아신다면 얼마나 이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까 합니다.

추신: 더페이스샵에 대해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 잠시 부연설명을 드리자면, LG 생활건강에 넘어가기 전까지 더페이스샵의 최대주주는 어피니티 에쿼티였으며 보유한 지분은 70.2%였습니다. 해당 지분은 2005년에도 바이아웃 형태로 어피니티 에쿼티로 넘어갔으며 창업주인 정운호 회장께서 지분 29.8%를 소유한 상태로 운영되다가 LG생활건강에 어피니티 에쿼티의 지분과 정운호 회장 지분 19.8%를 합쳐 90% 지분(4200억원)이 매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