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화 바람이 불어서인지 요즘 MBA 과정에 영어강의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강의를 영어로 하니 영어 말하기나 듣기 능력도 증대될 것 같고, 게다가 리포트를 영어로 쓰면 작문 실력도 늘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한데, 우리가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학습, 즉 새로운 개념이나 이론을 배우는 것이 주가 되어야지 그 이외의 것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사람의 경우 모국어가 한국어이기 때문에 한국어가 가장 편하게 그리고 가장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의미를 전달하는 가장 훌륭한 매개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영어능력이 좀 부족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영어로 무엇을 듣다가 잘못 들으셨던 적이 없으셨는지요? 무엇을 배울 때 한 단어만 잘못 이해하더라도 개념파악이 안 되는 경우가 있었던 저로서는 듣기에 집착에서 원래 제가 배우고자 하는 것을 놓치거나 잘못 배우기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굳이 부득불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영어강의를 싫어하는 편 입니다.

게다가 영어 리포트의 경우는 상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로 리포트를 제출하는 경우 혹시 교정을 받아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일반적으로 한국인이 영어로 리포트를 써서 영어강사에게 글쓰기 교정을 받는 경우 상당히 많은 부분에 빨간 줄이 쳐집니다. 잘못 썼다는 것이죠. (저의 경우 오래 전 처음 영작을 해서 제 글을 제 선생님께 제출했을 때 제 글의 절반이상이 빨간 줄이었습니다... ㅠㅠ)

모든 학교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대학교에서 리포트를 쓰는 경우 학교 차원에서 별도의 리포트를 지도해주는 학생이 있어서 리포트를 쓰는 방법 및 논리적인 부분에서 교정을 해줍니다. (특히나 공대생들의 경우 한국이나 미국이나 글을 잘 쓰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이러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 대학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가 다닐 때는 한국어로 리포트를 쓰더라도 학교 차원에서 이런 교정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읽고 계신 제 글의 수준을 볼 때, 글의 수준이 별로 높지 않은 것을 봐도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하물며 다른 나라의 말인 영어의 경우 글에 대해 교정받지 못하면 어떤 수준일지는 상상이 가시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한국의 경우 글을 읽는 분이나 글을 쓰는 사람이나 누구도 교정을 해주거나 받지 못하기 때문에 글쓰기가 증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출한 리포트를 조교를 시켜서 제출여부만을 파악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그나마 리포트를 읽고 코멘트라도 해주시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어강의를 받을 때마다 제 친구들과 하는 농담이 있는데, 혹시 이런 이야기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8 X 8 = 64

이 말은 강의를 하시는 분이 영어를 원래 모국어로 하시는 분의 80% 수준으로, 수업을 참관하는 학생의 영어수준이 80%일 경우 전체 강의내용을 60%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잘 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9 X 9 = 81를 하시는 분이 있겠지만, 그래도 80%정도의 수준밖에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쪽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 특히 강의를 하시는 분이 그렇다고 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10 X 8 = 80, 10 X 9 = 90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실제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시는 분이 강의를 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영어강의에 대한 만족도는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학교의 경쟁력 증진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추신: AACSB 인증이나 MBA Ranking에 있어 영어강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식적인 영어강의를 많이 만드는 것이 학교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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