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꽃보다 남자"라는 TV 프로그램이 유명한 것 같습니다. 시청률이 30%를 넘었다고 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패러디들이 타 방송사에서 나올 정도면 이른바 뜬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대박을 친 드라마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드라마를 보는 저의 시선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없기에 다른 분들을 통해 듣는 드라마의 황당한 내용은 차지하고서라도 이 드라마가 KBS에서 방영된다는 점에서 전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봅니다.

SBS에서 방영하는 "아내의 유혹"를 볼 때 비슷한 상황으로 보이기도 하나 SBS는 말 그대로 사기업이고 이전부터 "쩐의 전쟁", "타자" 등과 같이 논란이 되는 드라마들이 계속 방영했기에 공영성을 상당 부분 포기했다고 본다면, 그간 오랫동안 공공성을 강조했던 KBS까지 이런 형국에 뛰어드는 것은... 글쎄요... 뭐랄까... 앞뒤가 안 맞는 형국을 연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의 경기침체로 인해 방송사들이 다 어려운 시점에 이렇게 시청률 높은 드라마를 만든 것에 대해 칭찬하고 안도해 하는 방송 관계자 분들이 계실지 모르나, 이 드라마로 인해 그간 KBS가 꾸준히 주장해 온 공영성이라는 논리를 어떻게 확보 하실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KBS는 그간 오랫동안 2,500원에 묶여있는 시청료를 직간접적으로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고 그것이 구체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이 드라마가 던지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할지요.

이미 작년에 헌법 불일치 판정을 통해 코바코의 방송광고독점이 풀린 상황이고, 지금은 좀 어렵다고 할 수 있으나 내년이 되면 방송광고가 지상파 3사로 더욱 몰릴 상황에서 이 드라마가 나왔다는 것은 더욱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적자가 있는 상황이기는 하나 이 드라마 하나로 그간의 적자가 해소될 상황도 아닐바에야 이 드라마를 굳이 지금의 시점에 KBS에서 방영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견해이기는 하나 이 드라마로 인해 KBS가 그간 오랫동안 노력해왔던 시청료 인상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잃을 것처럼 보입니다. 공영성을 이미 버린 방송국에게 시청료 인상을 해주어 경영개선을 해준다는 것은 대국민 차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드라마가 계속해서 나와서 방송사의 수지가 개선된다면 어느 정도 다행이겠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오랫동안 지켜온 공영성을 버리게 될텐데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이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 관계자 분들에게 직접 여쭈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비록 이 드라마가 KBS의 모든 것을 다 말해주지는 않겠지만,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공영방송으로서의 KBS의 위상을 무너뜨렸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으로 허탈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