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MWC(Mobile World Congress)는 각종 모바일 기기들이 각축을 벌었던 장으로 기억이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안드로이드 기반의 각종 디바이스들의 잔치라는 말처럼 모바일 컨퍼런스라기보다는 안드로이드 컨퍼런스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런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다 알다시피 스마트 단말기기 시장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안드로이드를 애플의 대항마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제조사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스마트 기기들의 주력 OS로 채택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략이 과연 제조사에게 장기적으로 득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OS를 개발하는 것은 분명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뛰어난 개발자들을 필요로 하기에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굳이 이처럼 어렵고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일을 하기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이러한 상황이 과거의 상황과 매우 유사해 보이며 그러한 결과로 인해 제조사들이 몰락했다면 그래도 그 전략을 채택해야 할까?

지금과 같은 상황과 가장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예는 아마도 PC나 PC 서버 시장이지 않을까 한다. PC 시장은 다 아시다시피 OS를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독주를 한 시장이기도 하다. DOS 시절에는 그렇게 막강하지 않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를 출시하면서 어플리케이션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제조사들은 말 그대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마이크로소프트 기반의 하드웨어 제조업체로 전략하게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PC서버 시장은 어떠한가? CPU와 칩셋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인텔이 화이트박스 전략(베어본 형태의 하드웨어를 공급하고 이를 최종 소비자가 조립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전략)을 통해 PC서버 시장의 표준화를 리딩하면서 타 업체들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고, 이를 통해 상당한 매출 및 수익을 이 분야에서 창출하였다. 말 그대로 표준화를 선점하고 있던 인텔이 이를 이용하여 제조사들을 유통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배제시키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시장에서 제조사들의 위치를 약화시켰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위의 두 사례가 모든 상황을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IT시장에서 표준화를 가지고 간다는 것은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고 간다는 이야기로 귀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제 안드로이드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안드로이드 초기버전에서 시장 확산을 위해 어느 정도 자율권을 주었지만, 애플의 강력한 시장 리더십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대한 표준화를 추진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HTC와 삼성 등을 통해 구글 넥서스 모델을 출시하였는데, 과연 구글은 단순히 모바일 폰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표준 모델만을 생각하고 이러한 일을 추진했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구글이 다른 생각을 전혀 가지고 있지않다면 좋겠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최소한 몇 가지 가정은 가능할 듯 하다.

첫째, 하드웨어 표준화를 추진함으로써 기존 모바일 폰 제조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생긴다.
둘째, 표준화 추진을 통해 모바일 폰 제작이 필요한 부품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어 안드로이드폰을 시장에 폭넓게 유통시킴으로써 자사의 플랫폼을 강화한다.
셋째, 안드로이드 유통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이 된 경우 WIFI 등 무선 데이터 망을 이용한 국제 통신사업에 뛰어든다.

등이다. 첫 번째의 경우 삼성이나 LG 등의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표준화 규격을 리딩할 수 있거나 안드로이드 플랫폼 내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스마일 커브 이론(Value Chain 상에서 제조사들의 이익이 점차 줄어들어 Value Chain 상의 이익 구조가 R&D나 마케팅 부분으로 집중하게 되어 미소를 짓는 형태를 띄게 된다는 이론)에 의해 수익성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의 제조사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의 경우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구글은 자사의 플랫폼을 확산하고 이를 활용한 플랫폼을 구축하기에 매우 유리한 상황으로 볼 수 있으나, 고부가가치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삼성, LG 등의 경우에는 브랜드력을 상실하게 되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의 경우에는 제조사뿐만 아니라 통신사들도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이며, 이러한 상황은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는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SMS나 mVOIP 등을 고려해 볼 때 통신사의 수익구조를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구글이 이대로 다 행동하지도 않을 것이고 제조사나 통신사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상황 중 한두 가지만 현실성있게 나타나기만 한다 해도 안드로이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제조업체나 통신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가 되지 않을까 한다.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성급한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상황을 본다면 적어도 안드로이드가 장기적으로 누구에게 더 득이 될런지는 명확하게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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