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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공간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아마도 제일 먼저 또 오르는 생각은 자신이 처한 환경일 것 같다. 높이가 맞지 않는 책상, 사각지고 네모난 형태의 바닥 타일, 현기증을 일으킬 것 같은 흰색 천장과 형광등 등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무공간에 대한 이미지가 연상이 될 듯하다. 이러한 공간은 한국의 표준화된 모습이자 우리네 사무실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간은 과연 생산적인 측면에서 좋을까?

물론, 사무실 공간을 혁신적으로 바꾼다고 해서 노동생산성이 갑자기 높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명이 더 밝아졌다고 책상이 화사해졌다고 지금의 하던 일을 2~3배 더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더 중요한 기업문화 등이 선행적으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문화의 경우 매우 느리게 바뀌는 속성으로 인해 쉽게 바꾸기 어렵고 기업문화도 외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공간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좀 더 쉽고 빠른 반응을 볼 수 있는 혁신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창조적인 공간 제공을 통해 기업이 얻으려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는 가끔씩 뉴스나 기사를 통해 해외 유수의 기업들의 혁신적인 사무실에 대해 소개를 받는다. 누가 보더라도 즐겁고 행복하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왜 그 기업들은 자신들이 일을 하는 사무공간을 혁신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무실 풍경을 대외에 알릴까라는 궁금증 말이다. 설마 그들 기업의 경영진들이 우리나라의 경영진들보다 생각하는 바가 짧아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고,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왜 그러한지에 대한 생각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러한 기업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그들 기업이 위치해 있는 나라의 산업구조를 고려해봐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제조 분야는 High-Tech 분야를 제외하고는 후발 국가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그들 주력하는 산업 분야는 자연스레 서비스 분야일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1차 산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선진국인 나라가 거의 없다.) 서비스 업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설비나 기계가 아닌 사람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분야로 한 명의 인재가 여러 사람의 일을 대신할 정도로 생산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다.

그럼 이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공간 측면의 관점을 가지고 한번 더 생각해보자. 해외 유수기업들이 자랑하는 혁신적인 사무공간이 놀라운 창의능력을 가진 이들에게 제공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그러한 인재들이 그러한 공간을 요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까? 내 생각을 말하자면 난 후자가 더 정답에 부합하지 않을까 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먼저 그러한 일을 하기보다는 훌륭한 인재들이 그러한 환경을 요구하며, 그들의 생산성이 다른 이들에 비해 몇 배 이상 높기 때문에 기업들은 그들에게 그러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공간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그들 스스로가 다른 이들보다 낮은 생산성을 보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간은 무엇일까?

서비스업에서 생산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이 아니기 때문에 무언가 만질 수도 때론 쉽게 상상하기도 없는 어려운 상품을 만드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해가 안 된다면 금융상품을 개발하거나 아바타와 같은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 한다.) 따라서, 이들은 계속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하며, 주변의 사물들을 관찰하고 그들로부터 새로운 자극을 받아야 한다. 만약, 그들이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없는 공간에 놓여진다면 그들은 다른 말보다 여물만 많이 먹고 농사 등과 같은 경제활동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천리마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공간은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도구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늘 새로운 창의력을 제공하고 사람들에게 신선하고 새로운 자극을 주는 공간은 그들의 창작활동을 자극하는 툴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이러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개인 및 기업 모두에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편인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환경은 어떠한가?

먼저 한국에서 창의적인 공간을 제공받아야 하는 이들이 누군지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이들에게 이러한 공간을 제공해주면 개인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설사 그런 환경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생산성 측면에서 혁신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실과 대외 경쟁력을 생각해볼 때 적어도 제조업 분야의 R&D, 미디어 분야의 창작관련 부문, IT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 등이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돌아본 상당 수의 기업들은 아직도 이러한 나의 이상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간은 말 그대로 새로운 혁신을 위한 툴이라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지극히 답답한 사무공간에서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낮은 생산성을 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럼 일반적인 업무를 하는 이들에게는 혁신적인 공간은 무의미한가?

오해가 있을지 몰라 이야기 하자면 일반적인 사무업무를 보는 이들에게도 공간은 중요하다. 다만, 앞서 이야기 한 이들이 느끼는 공간의 의미와는 다른 혁신적인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앞서 이야기 한 분야가 한 사람의 능력으로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는 반면 통상적인 업무의 경우에는 협업 활동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간설계가 앞서 이야기 한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보다는 협업 중심, 즉 커뮤니케이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공간은 자신의 능력과 하는 일에 따라 달라져야 하며 그러한 환경 속에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혁신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기업이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이러한 부문에 대한 고민은 크게 되지 않는 것 같고 되려 실제로 기업사례를 보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공간이 많다. 지금이라도 높은 생산성과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하려는 기업이 있다면 이제는 공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이들의 사고와 커뮤니케이션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공간구조를 변경해주어야 하며 한국의 낮은 생산성을 탓하기 보다 공간 등의 문제를 비롯하여 어디에서부터 이러한 문제가 시작되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진지하게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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