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 나가서 저를 컨설턴트로 소개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재미있냐는 것입니다. 질문의 요지를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과거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다른 일을 하니 과거에 하시던 일과 비교해서 지금 하는 일이 더 재미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실상 어릴 적에는 개발자가 저의 천직이라고 생각해서 개발을 공부하다가 회사도 그런 분야의 회사로 입사를 해서 그 회사에서 개발을 해서 나름 패키지를 만들어 본 적도 있지만, 다 아시다시피 역시 취미로 하는 개발과 일로 하는 개발의 차이는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게임회사로 제가 가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지만요... ^^)

그래서, 질문을 하신 분과 좀 더 이야기를 해봤더니 프로그래밍 자체가 어렵다거나 힘들다기 보다는 그 일을 너무 오랫동안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 분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 프로그래밍이 매우 창의적일 것 같아도 세분화된 분야에 대해서 주로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일을 매우 비슷해서 코딩이 매우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특정 기능에 대한 소스코드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어 어느 부분에 대해 코딩을 하고 싶으면 직접 하지 않아도 찾은 코드를 좀 수정하면 원하는 기능을 바로 만들 수도 있는 지경에까지 왔으니 어쩌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프로그래밍이던 컨설팅이던 간에 자신에 대한 고찰이나 다른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프로그래밍을 공부하시는 만큼만 다른 분야로 가기 위해 공부를 하신다면, 어느 분야도 다 가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프로그래밍은 개발자에게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기실 자세히 생각해보면 컨설팅과 프로그래밍은 매우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프로그래밍을 배워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울 때 특정언어의 문법을 배우고, 다른 이들이 만들어놓은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여 기능들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좀 더 수준이 되면 튜닝을 고려해서 기능들을 설계하게 되고 나중에는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하면서 설계를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컨설팅도 이와 매우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처음에는 논리적 사고와 표현 등 기본적인 기술들을 배우고,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등을 이용하여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해나가게 됩니다. 여기서 좀 더 수준이 높아지면 자신의 분야뿐만 아니라 타 분야를 고려해서 문제를 인식하고, 최종적으로는 전략, 조직, 프로세스, 재무 등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다만, 이 둘간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프로그래밍은 기계를 상대하는 반면 컨설팅은 사람을 상대하는 점이 가장 크다고나 할까요? 많은 개발자들이 사람보다 기계가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계가 사람보다 예측이 쉽게 가능한 점이긴 하지만, - 저는 아니지만 -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보신 분들의 의견에 따르면 사람도 특성이 있어 어느 정도 행동예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 따라서, 이 둘간의 차이는 결국 기계가 이해하는 언어를 사용하느냐 아니면 사람이 이해하는 언어를 사용하느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좀 두서없이 많은 내용을 길게 썼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요지를 다시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결국 개발자로 살던 컨설턴트로 살던 자신의 일에 대해 흥미를 잃지 않으려면 원래 그 일을 시작할 때의 느낌을 지속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일단 흥미를 잃으면 그 다음부터 하기싫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아무튼 그 짧은 대화 덕분에 저 스스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앞으로 과연 무엇을 해야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치르치르의 파랑새처럼 가까이 있는 행복을 두고 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일까요? 그래서, 어쩌면 행복은 늘 우리들 주변에서 맴돌면서 자신을 불러주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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