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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Linux를 택하지 않는 이유

컨설팅이야기 2007. 5. 16. 20:48 Posted by 5throck
꽤 오래 전부터 오픈소스 운동이 이루어져왔던 것 같고, 그 중심에는 항상 Linux가 있어 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서 개인사용자들을 중심으로 Linux가 확산된 것만큼 많은 기업에서 채택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까지도 Linux는 상당히 제한된 역할만을 하고 있는 것 같고, 특히나 대기업에서는 채택하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웹스피어 상에서 상당히 많은 분들이 오픈소스를 지지하고 있고 Linux의 장점에 대해서 항상 이야기 하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많은 기업들은 Linux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제 경험이 그러한 사유에 완벽한 답변은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답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과거 메인프레임 시절에는 하드웨어를 사면 소프트웨어를 그냥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아직까지 많은 경영자들이 소프트웨어를 돈을 주고 산다는 것에 거부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소프트웨어를 운영하기 위해서 하드웨어를 사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프로젝트에서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20-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소프트웨어의 비중도 하드웨어만큼이나 비싸져서 하드웨어와 거의 같은 가격이거나 더 비싼 편입니다.

그런지 몰라도 요사이는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운영하기 위해서 하드웨어를 사게 된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 같습니다.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그렇게 비싼 가격을 주고 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연히 그 소프트웨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활용해서 회사의 비즈니스를 원할 하게 하거나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에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그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이 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기업에서 구매하는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특히나 비즈니스나 혁신을 도와줄 수 있는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가장 각광을 많이 받는데, 그 이유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들이 가격이 비싸지만 실제 비용을 집행할 수 있는 경영자에게 가장 만족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구입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부분은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는 미들웨어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로 구성되어 있고, 하드웨어 부분은 하드웨어와 그 하드웨어를 운영할 수 있는 OS가 있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 한가지 가정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산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지금 방금 문제가 생겨서 원인 모르게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쳇말로 서버가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하드웨어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죽은 것인지 아니면 소프트웨어로 문제가 죽은 것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고객사의 담당자는 그 패키지를 판 회사의 영업사원은 물론 데이터베이스 및 하드웨어 등등을 판 회사들의 영업담당들을 거칠게(?) 전화로 부르게 됩니다. 그런 다음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아보라고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절대로 방을 떠나지 말라고 합니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는 일입니다... ㅠㅠ) 

고객사로 불러 들어온 담당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힘을 쓰는 한편 설사 나중에 문제가 밝혀져 해당 회사의 책임이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자신이 판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을 합니다. 이에 대해서 서로 업체간에 갑논을박이 한바탕 벌어지게 되고, 또한 동시에 각 회사의 엔지니어가 문제 상황에 투입이 되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게 됩니다. 한참을 고생한 후에 원인을 규명하면(빨리 문제를 규명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문제를 못 찾으면 꽤 오랜 시간 동안 고객사로 출근을 하게 되고, 엄청난 눈총을 받으면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ㅠㅠ), 일단 문제가 규명이 되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밝혀진 업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객사를 떠나고, 문제가 있는 업체로 파악된 업체는 고객의 엄청난 질책을 받게 됩니다. 

이것이 이른바 회사에서 패키지를 사는 이유이고, 또 그 패키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자 그럼 이런 상황에 Linux를 한번 살짝 끼워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되면 일단 참여하는 업체 수가 3군데에서 4군데로 늘어나게 됩니다. 아니 Linux를 하드웨어 업체에서 공급을 하는데 왜 4개의 업체가 되느냐고요?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하드웨어를 파는 업체가 Linux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랑 이야기를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Linux는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 아니므로 공급을 하지 않고, 대신 Linux를 유지보수해주는 업체를 소개시켜 줄 터이니 그 업체로부터 OS를 공급받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업체가 공급하는 Linux는 하드웨어 벤더가 공급하는 하드웨어에 최적화 되어있기가 쉽지 않으니,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런 과정에서 별도의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문제의 원인을 효과적으로 규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부분은 하드웨어 부분에 비해 문제를 좀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 하드웨어 부분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것이 하드웨어 문제인지 아니면 제공된 OS의 문제 – OS에는 Kernel뿐만 아니라 각종 Driver 등이 존재하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 인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벤더의 OS를 공급받는 경우 하드웨어 업체의 엔지니어도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또한, 한국의 경우 Linux의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그런 부분도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Linux를 공급하는 업체의 엔지니어가 대용량 서버를 다루어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덧붙여서 Linux를 공급했던 회사들이 쉽게 망하는 경우가 많아서 Linux를 안정적으로 유지보수 받기가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 회사의 전산을 담당하는 운영자라면 굳이 Linux를 사용하려고 하겠습니까? 저라면 사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 그래서 앞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 슬픈 일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Linux가 기업의 중심 OS로 자리잡는다는 것은 상당히 요원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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