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간만에 시간이 나서 아바타를 보았습니다. 원래 SF가 좋아하는 분야인데다가 CG의 발전적인 모습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 몹시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는데 역시 기대를 한 것 이상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분들께서 보셔서 저의 글을 보신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나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는 불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신 다른 분들께서 이미 이야기 하신 바와 같이 판도라 행성의 이야기는 미국의 근대사를 축약해 놓은 듯한 이야기입니다. 서부 개척시대에 원래 원주민이었던 인디언들을 기병대가 학살하고 결국 그들은 보호구역이라는 좁은 지역에 몰아놓고 살게 한 그들의 역사에 기대에 만들어진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형태로 잘 표현해 놓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시나리오는 그다지 대단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다른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봐왔던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만큼은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CG가 더 발전을 하면 아마 가상배우들을 통해 영화촬영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IT 측면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한 작품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작년에 보았던 트랜스포머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끝내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은 역시 결말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비족들이 힘을 합쳐 '하늘에서 온 사람'들을 물리쳐서 그들을 지구로 보내지만, 그들은 결국 다시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서부 개척시대에 '금'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서부로 계속해서 이동을 했던 것처럼 그들도 '옵티니움'을 찾아 다시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굳이 미 서부시대가 아니더라도 그 이전의 스페인의 아메리카 발견 이후에 나타났던 침략 등을 살펴보더라도 결국 그들은 다시 돌아와서 더욱 강력한 무기로 나비족들을 제압하고 그들을 파괴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끝나지 않은 내용을 미화한 것이고 어쩌면 작은 승리에 도취하게 만들었을 뿐 큰 승리에서 실패한 그들의 역사를 제대로 그리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영화에서 지금까지 보여졌던 문화적 코드를 살펴보면 아바타에서처럼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드신 분들 중에는 기억을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웨스턴 무비에서 그려지는 그들은 선량한 카우보이들을 공격하는 야만적이고 무지몽매한 존재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와서 영화에서 그들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이야기를 통해 아직까지는 그들의 삶이 더 나아지거나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워낙 오랫동안 철저하게 파괴되고 망가트려서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바타는 어쩌면 과거 그들이 저질렀던 만행에 대한 작은 반성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제 생각에는 상업적인 측면 이외에는 더 나아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 한 편이 모든 것의 역사를 다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고 상업적인 측면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을 생각해 볼 때 아바타가 주는 환상의 스토리는 아직은 미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게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