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NHN이 큐브리드를 인수하여 이를 오픈소스화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외국에는 무료로 쓸 수 있는 좋은 데이터베이스가 다수 있는데 반해 아직까지 한국에 쓸만한 오픈소스형 데이터베이스가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NHN은 큐브리드 인수 이전에도 제로보드를 인수하여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공개를 한 적이 있는데, 큐브리드의 오픈소스화는 개발자들에게 좋은 SW를 공급하겠다는 NHN의 일련의 의지로 보입니다.

한국시장의 경우 외산 데이터베이스가 전체 시장을 상당히 점유하고 있고, 특히 기업시장의 경우에는 특정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여러 가지 독과점의 폐해도 일어난 상황에서 NHN의 이러한 행보는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내기업들의 전산실은 외산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아 국내기업들이 개발한 국산 데이터베이스를 공급하기가 지금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알티베이스 등 메모리기반 데이터베이스의 선전 등으로 인해 고객들의 국내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출현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NHN이 큐브리드를 오픈소스화 하여 시장에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은 단순히 시장에 무료 SW를 공급하겠다는 그 이상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으로 보입니다. 큐브리드의 경우 개발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공공기관에도 어느 정도 도입이 되어있다고는 하나 기업고객들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데이터베이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서 좀 더 나아가 기업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임원들에게는 더욱 더 생소할 수 없는 데이터베이스입니다.

따라서, NHN은 이번 큐브리드의 오픈소스화를 통해 개발자 진형의 확대를 꾀하고, 이를 통해 플랫폼화를 추진하려는 전략적인 차원의 접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개발자들에게 친숙한 툴로 만들어서 기업용 데이터베이스의 덜 중요한 부분부터 중요한 부분으로 점진적인 접근을 통한 확대의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전략은 mySQL의 확산전략과 매우 유사하게 보이며, 타 제품의 성공적인 진출전략 사례를 이용한 시장접근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타당한 접근 방법으로 보입니다.

다만, NHN이 아직 간과하고 있는 부분도 보이는데, 큐브리드와 같은 데이터베이스의 경우 시스템 엔지니어의 확보가 가장 큰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모 회사의 메인프레임의 경우 매우 좋은 상용 데이터베이스를 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시스템 엔지니어의 확보가 안되어 시장진입이 실패한 사례를 볼 때, 큐브리드가 기업의 상용 데이터베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력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될 것입니다. 또한, 기업 내에서 병렬처리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이 때에 효율적인 병렬처리에 대한 메카니즘의 확보와 고속 데이터 처리를 위해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는 메모리 기반 데이터베이스와의 경쟁도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아무튼 큐브리드의 오픈소스화로 인해 한국의 데이터베이스 시장은 좀 더 격변의 시대를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 데이터베이스가 자생력을 가지고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