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R이라는 용어는 1980년에 마이클 해머가 주장한 개념인데, 이미 책으로 오래 전에 출간(리엔지니어링 기업혁명, 김영사)이 되어 나와있습니다. 마이클 해머가 주장한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기업에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개념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일하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 타자를 치던 사무실 직원이 새로운 기기인 워드 프로세서가 도입되었을 때도 PC에서 운용되고 있는 사무용 편집기(워드, 아래 한글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도입이 되었을 때도 하던 일의 차이는 거의 없다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타자기를 사용했던 분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했던 분들은 더욱 적었기 때문에 좀 힘든 예제인 것 같지만, 그래도 상상을 해보시면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타자기에서 워드 프로세서로, 워드 프로세서에서 사무용 편집기로 이동하면서 얻게 되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타자기의 경우 오탈자의 수정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는데 이것이 워드 프로세서로 가면서 오탈자 수정이나 문장 수정이 쉬어졌다는 것이고, 다시 사무용 편집기로 가면서 오탈자 수정은 물론 문법검사라든가 실제 문서가 출력되기 전에 한 화면을 볼 수 있다든가 하는 점에서 훨씬 유리해졌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워드 프로세서로 진화하게 되면서 문서의 저장이라는 개념이 발생했고, 하나의 문서를 여러 개의 버전으로 관리가 될 수 있었고, 사무용 편집기에서는 다른 PC 응용 프로그램과 연동이 되면서 간단한 DTP(Desktop Publishing)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기기의 도입으로 회사의 업무는 얼마나 편해졌을까요? 보통 생각하기에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통해 회사의 업무도 그만큼 발전해야 하지만,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그렇게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타자기에서 워드 프로세서 그리고 사무용 편집기로 진화를 하면서 생산성은 상당히 증가가 되었지만, 조사하기 이전에 기대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기술의 도움이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기보다는 각 단위 활동들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바꿀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고수한 채 각 단위 활동들에서 생산성 혁신에 집중하는 바람에 전체 업무 프로세스에서는 큰 생산성의 혁신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이클 해머는 새로운 기술이 기업에 도입될 때 전체 업무 프로세스 관점에서 혁신을 진행해야만 그 효과가 높다고 주장을 해서 상당한 설득을 얻었고, 1980년 중반까지 이 개념이 상당 수의 기업에게 전파되어 많은 기업들이 BPR를 시도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개념이 90년대를 거쳐서 2000년대까지 계속해서 지속되지 못하고 시장에서 왜 부분적으로 사장이 되었을까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먼저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기 위해서는 더 나은 업무 프로세스를 찾아야 되는데 이것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만 생각해보시면 금방 이해하실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하나의 업무 프로세스를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로 바꾸어서 그 이상의 생산성을 얻으려면 그 효과가 사전에 검증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로 바꾸려면 새로운 시스템(여기서는 IT이 아닌 일반적인 개념의 시스템을 지칭합니다)이 도입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럴 경우 상당한 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기존의 프로세스에 익숙한 직원들을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에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새롭게 교육을 시켜야 하고, 새로운 업무 도입에 대해 임직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 변화관리를 해야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그의 이론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즉, 이 개념이 전략적으로 기업에 도입하는데 있어 학문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상당 부분 옳았지만, 이것을 실제 적용하는데 있어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에 대한 반감으로 이 이론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이론을 아주 무의미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BPR의 근본적인 사상은 현재의 프로세스에 대해 끝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하자는 것이며, 이러한 노력없이는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에 대한 생각과 고민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창조적 사고방식(zero-based thinking)을 하는 것이기에 ISP 이전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업무라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IT 시스템의 효용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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