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자인 사고를 통해 경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를 활용하면 경영 혁신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그러기에 많은 이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모 대기업 디자인 팀에게 가서 이 이야기를 했을 때도 반응은 비슷했다.

"그걸 왜 우리가 해야 하나요?"

맞다. 그럴 수 있다. 대기업은 각자의 역할이 주어져있고 그것만 해도 문제가 없을 수 있으니. 하지만, 관점을 바꾸어 최고 경영자 혹은 오너 입장에서 보면 고민이 되는 주제 중 하나가 기업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혁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

초기 경영혁신은 BPR로 시작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작의 이면에는 이른바 "전산"의 도입으로 변화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가 일을 하는 방식을 바꾸었다고 볼 수 있고 그전까지 시도를 했던 많은 일들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 속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고 할 수 있다. BPR은 컴퓨터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했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다양한 IT 기반의 솔루션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주자가 ERP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ERP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고,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면서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일 이외에도 많은 정보를 입력해야 하기에 불편할 수 밖에 없겠지만, 경영자 입장에서는 기업에서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가시성'이 증대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에 있어 보다 합리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3.

하지만, 이제 컴퓨터로 대표되는 기술만으로는 혁신을 하는데 한계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이러한 기술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조직을 변화시키는데 있어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관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단편적인 결과만을 만들었을 뿐 새로운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그렇다면 경영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했을 수 있다. 정답은 없겠지만 이걸 어떻게든 풀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민이 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4.

여러 가지 사례를 분석하다가 아주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게 됐다. ERP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SAP가 스탠포드에 D.School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IT 회사가 왜 디자인 스쿨을 만들까?"

어찌보면 엉뚱한 발상이고 이걸 단순한 CSR 활동이라고 보기엔 조금 생뚱맞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No 1.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엔컴퍼니'가 '루나'라고 하는 디자인 회사를 샀다는 것이다. 더불어 딜로이트도 "더블린"을, 액센추어도 "피오르드"라고 하는 디자인 회사를 샀다는 것이다. 경영 컨설팅 회사가 디자인 회사를 사다니 매우 신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5.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왜 이들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이유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기업 혁신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IT 개발자로 시작을 해서 IT 컨설팅, SCM 컨설팅으로 전업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경영 컨설턴트로 전환하면서 고민했던 주제 중 하나가 상품기획과 디자인이었는데, 상품기획과 디자인 경영을 기업들에게 제안하면서 이제 디자인이 없으면 기업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완전하게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아직은 부족한 자료를 하나 만들었다. 보완을 해야 할 내용도 많고 아직도 공부할 내용이 많다. 하지만, 디자인 사고를 경영혁신에 활용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한번쯤 참고할 수 있는 자료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한다. 기업 혁신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