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정치/경제에도 플랫폼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게 보면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자본주의/공산주의로 말이죠.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공산주의로 일컬어지는 이 경제시스템이 100여 년 전에 돌연히 나타났다가 자본주의라는 플랫폼 경쟁에서 져서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렸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플랫폼 경쟁은 많은 부분에서 나타났던 현상입니다. 비근한 예로 최근의 블루레이 대 HD-DVD, LCD 대 PDP의 표준경쟁부터 Video시장의 VHS대 베타의 싸움 그리고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말과 자동차의 경쟁, 범선과 증기선의 경쟁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시스템이나 표준이 나타나면 기존에 있던 혹은 동 시대에 비슷하게 나타났던 기술이나 제품들이 경쟁을 통해 도태되거나 없어지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아마도 경제시스템에서 이러한 현상을 가장 잘 나타냈던 시점이 바로 구 소련체제의 붕괴라고 생각이 드는데, 구 소련이 붕괴되면서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의 근간이 되었던 공산주의가 빠르게 자본주의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중국을 들 수 있는데, 중국의 경우 현재 정치시스템은 공산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경제시스템은 사실상 자본주의를 택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

어떤 제품이 하나의 플랫폼 경쟁에서 이기게 되면 사실상 이 시점 이후로는 큰 변화 없이 그 체제를 유지하게 되고, 체제를 유지하는 프로세스 관점에서 다시 Dominant Design한 상태가 나타나게 되는데, 보통 이런 시점을 제품수명주기(PLC) 관점에서 보면 상에서 Product Innovation에서 Process Innovation으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다시 말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2개의 플랫폼 경쟁에서 자본주의가 승리를 하면서 이제는 그 시스템 자체의 효과적인 변화보다는 효율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한다는 것인데, 지금의 세계경제의 추세를 보면 많은 분야에서 효율적인 부분을 추구하는 것이 어쩌면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제시스템으로 채용하고 있는 이 자본주의는 어떻게 될까요?

언젠가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그 무언가에 의해 혁신적인(Disruptive) 변화가 우리를 찾아올 것이고, 그에 의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경제시스템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모든 변화가 그러했듯이 말이죠.